예탁금 3000만원 올려도 못 막은 삼전닉스 ETF, 진짜 흔드는 손은 외국인

규제 시행 첫날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75% 급감했다는 소식에 “이제 좀 잠잠해지겠구나” 싶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주, 이 시장에서 거래대금 비중이 가장 큰 주체인 외국인은 오히려 매수를 늘렸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석 달도 안 되는 사이 규제를 세 번이나 강화했는데도 시장을 흔드는 진짜 손이 규제망 밖에 있다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사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예탁금 규제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그리고 왜 외국인은 여전히 자유롭게 움직이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본 글은 투자 자문이 아니며,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 개인적 분석입니다. 실제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 – ‘왝더독’이 된 레버리지 ETF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됐습니다. 정부는 해외 상품과의 규제 비대칭 해소와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이 상품을 허용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개인 자금이 두 종목에 집중되면서 원래 기초자산을 따라가야 할 ETF의 리밸런싱 물량이 거꾸로 주가 자체를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나타났고, 7월에는 코스피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조정받는 국면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5일 금융당국에 보완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다음 날 정부는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를 열어 예탁금 상향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예탁금 규제, 실제 효과는 이 정도였다
당초 8월 중순 예정이던 시행 시점이 7월 31일로 앞당겨졌고,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종 ETF의 하루 거래대금은 규제 시행 전날(7월 30일) 12조 4,485억 원에서 시행 첫날 3조 721억 원으로 하루 만에 75% 급감했습니다(출처: 경향신문, 2026.07.31). 개인 투자자만 따로 보면 감소폭이 더 컸는데, 전 거래일 5조 5,039억 원에서 9,299억 원으로 83.1% 줄었습니다(출처: 서울경제, 2026.07.31). 이후에도 거래대금은 계속 줄어 8월 5일에는 상장 후 처음으로 16종 합산 거래대금이 1조 원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출처: 이데일리, 2026.08.05). 개인의 진입 문턱을 높인다는 목표만 놓고 보면, 이 대책은 확실히 통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은 왜 여전히 자유로운가
필자가 보기에 이번 대책의 진짜 맹점은 규제 자체가 처음부터 개인에게만 적용됐다는 점입니다. 예탁금 규제 직전인 7월 15일 기준 이 상품 전체 거래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42.3%로, 개인(36.9%)보다 오히려 컸습니다(출처: 비즈워치, 2026.08.01). 실제로 규제가 시행된 그 주에도 외국인은 개인과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7월 27일 908억 원이었던 외국인 순매수는 삼전닉스가 급등한 31일 1,441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개인의 손은 세 배로 묶였는데, 거래대금 비중이 가장 큰 주체는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셈입니다.
정부의 다음 카드 – 투자한도부터 긴급조치권까지
정부도 첫 대책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지난 7월 29일 발표된 추가 보완대책에는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개인별 투자한도를 제한하고, 과다호가부담금 등 거래비용을 늘리고, 모의거래를 도입하며, 긴급 상황에서 시장을 멈출 수 있는 법적 근거(긴급조치권)를 마련하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출처: 아시아경제, 2026.08.03). 다만 이 조치들 역시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대책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외국인의 헤지·차익거래성 매매나, 예탁금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코스피200·코스닥150 같은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까지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규제가 못 건드리는 진짜 뿌리 – 코스피200의 비중 상한선 부재
사실 예탁금 규제와 외국인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옵니다. 코스피200 안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약 33.1%, SK하이닉스는 26.5%로, 두 종목을 합치면 지수의 59.6%에 달합니다. 세 번째로 비중이 큰 종목조차 3%가 안 됩니다(출처: 한국경제, 2026.08.05).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막아도, 투자자가 코스피200 레버리지로 옮겨가면 사실상 같은 베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본 닛케이225는 개별 종목 비중을 최대 10%로 제한하고, 미국 나스닥100도 개별 종목 24% 이내·상위 종목 합산 48% 이내로 관리합니다. NYSE100과 러셀지수 역시 20% 안팎의 비중 상한을 둡니다. 반면 코스피200은 이런 상한선 자체가 없어서, 시가총액이 그대로 지수에 반영되며 쏠림이 심화되는 구조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이 상한선 문제를 손보지 않는 한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옮겨가며 같은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JP모건이 짚은 진짜 원인 – ‘펀더멘털이 아닌 배관 문제’
이 사태를 국내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JP모건은 7월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한 달 새 약 28% 급락한 배경을 기업 실적 훼손이 아니라 레버리지 ETF의 강제 청산이라는 수급 요인으로 짚었습니다(출처: 자본시장뉴스, 2026.07.22). 한국 자산 기초 레버리지 ETF 순자산이 6월 말 500억 달러까지 불어나 시장 규모 대비 미국의 약 4배에 달했고, 그 여파로 한국 변동성지수(VKOSPI)가 미국 변동성지수(VIX)의 약 5배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게 근거입니다. JP모건은 청산이 이미 75% 진행됐다며 코스피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과 12개월 목표치 1만 2,500(강세 1만 5,000·약세 8,000)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씨티그룹은 같은 시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춰, 월가 내에서도 시각이 갈리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 부분입니다.
긍정 요인과 위험 요인, 함께 봐야 균형이 잡힙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개인의 초단타 매매가 확실히 억제되면서 최소한 개인 스스로의 손실 확대 위험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긴급조치권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향후 극단적 변동성 국면에 대응할 수단도 늘어납니다. 반면 위험 요인은, 자금 주도권이 규제 밖의 외국인이나 지수형 상품으로 옮겨갈 경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이라는 근본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문턱 높이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립니다.
투자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 외국인·개인 순매매 방향이 계속 엇갈리는지 (자금 주도권 변화 확인)
- JP모건이 언급한 레버리지 ETF 청산 잔여 25%가 실제로 얼마나 해소되는지
-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 여부
- 코스피200 비중 상한선 도입 논의가 실제 제도화로 이어지는지
- 개인별 투자한도·긴급조치권 등 후속 조치의 구체적 시행 시점과 내용
-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므로 장기 보유 시 기초자산의 단순 배수가 아니라는 점 재확인
결국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은 개인의 참여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장을 실제로 흔드는 손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완전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구조적 쏠림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규제는 계속 한 걸음 뒤에서 쫓아가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